정신분열병 환자의 생활습관과 식습관
이 글은 영국에서 나온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 (2004), 184(suppl. 47), s102-s105 부분을 기본적으로 참조했습니다.
정신분열병과 식습관에 대한 기존의 연구
미국이나 영국 등의 선진국의 정신분열병 환자와 인도나 나이지리아의 정신분열병 환자의 예후 중 어느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놀랍게도 선진국에 비해 인도와 나이지리아 환자의 예후가 더 좋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치료도 잘 할건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이런 의문에서 정신분열병 환자의 생활습관과 식습관의 중요성이 제기됩니다. 생활습관은 문화적인 차이를 반영하니깐요.
이 부분에 관한 두가지의 역학조사결과가 있습니다. WHO, 미국 농림부 등에서 실시한 조사입니다.
1. 식사중에 포함된 불포화 지방산에 비해 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을수록 정신분열병의 예후가 나쁘더라. 2. 정제당(refined sugar, 백설탕)을 많이 먹을수록 예후가 나쁘더라. |
물론, 이 결과는 역학조사결과에 불과하기 때문에 포화지방산, 설탕을 많이 먹는다고 정신분열병이 발병하고 악화된다고 원인과 결과론 식으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나름의 의미는 있다 하겠습니다.
정신분열병 환자의 식사
정신분열병은 초기 성인기 즉 비교적 젊은 사람들에게 호발하는 병인데, 이 시기에 주로 먹는 음식들은 소위 말하는 건강한 웰빙음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음식, 계란 프라이, 설탕이 많이 들어간 탄산음료 등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지요. 하지만, 일반인에 비해서도 훨씬 더 열악한 것이 정신분열병 환자의 식사입니다. 분열병환자들이 과일과 야채는 적게 먹고, 포화지방산, 설탕은 많이 먹는다는 조사가 많습니다.
식습관과 예후에 관한 조사가 있는데요. 1. 하루 식이중의 불포화지방산이 적을수록 정신분열병 증상의 정도가 심하다. 2. 식사중 오메가-3 지방산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정신분열병의 증상정도와 지연성운동장애(tardive dyskinesia)발생률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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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포화지방산 : 상온에서 어느 정도의 굳기를 나타내어 고체 또는 반고체상태의 기름을 만듦. 한마디로 몸에 나쁜 기름이라고 보면 됨. 종류로는 소고기기름, 돼지고기 기름 등의 모든 동물성 기름과 버터, 쇼트닝, 식물성 기름중의 코코넛 기름과 팜유등에 다량포함되어 있음. 다량 섭취시 혈액내의 콜레스테롤을 높여 심장질환의 발병율을 높임.
불포화지방산 : 상온에서 흐름성이 있는 액체상태의 기름. 단가 불포화지방산과 다가 불포화지방산(PolyUnsaturated Fatty Acid, PUFA)으로 구분. 1) 단가 불포화지방산 : 올리브기름, 땅콩기름, 카놀라유 등 2) 다가 불포화지방산 : 오메가3 지방산(참치, 고등어등의 생선기름), 들깨기름, 콩류 / 오메가6 지방산(옥수수기름, 면실유, 콩기름, 해바라기씨등)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낮추어 심장질환의 발병위험을 낮춤.
다른 생활습관들과의 연관성
일반적으로 운동을 적게 할수록, 흡연량이 많을 수록 대사성 증후군이라고 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 특히 신체활동이 거의 없거나 하루 4시간 이상씩 텔레비젼을 보는 사람들은 비만과 심혈관계 질환에 걸리기 쉽습니다.
흡연을 많이 하는 것, 운동을 적게 하는 것 이것은 정신분열병 환자의 전형입니다. 정신분열병의 초기 발병 이전에 90%의 환자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식사, 당뇨병 그리고 정신분열병 : 가설
BDNF(brain drived neurotrophic factor)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이 물질은 신경세포의 수지상결절(dendrite)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물질입니다. 뇌세포에서 수지상결절(dendrite)은 신경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BDNF는 수지상결절의 기능과 구조를 유지하며, 신경전달물질의 조절자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BDNF는 전두엽이 성숙하고 구조적으로 안정화되는 시기인 초기 사춘기 무렵에 뇌의 전전두엽 (prefrontal cortex)에서 급격한 농도상승을 보입니다. 하지만, 분열병 환자에서는 청소년기에 정상적으로 보이는 BDNF의 급격한 상승의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밝혀져 있는데 이 소견이 아마 정신분열병의 핵심적인 병인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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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든, 이처럼 중요한 BDNF라는 물질의 농도가 변하는 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방과 설탕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었을 때 감소하며, 운동을 할 때 증가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BDNF가 감소된 경우는 글루코스 대사에 이상을 일으켜 당뇨병이 걸릴 위험률을 높입니다.
이제까지의 사실로 가설을 세워 본다면, 분열병 환자가 지방과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을 먹고, 운동을 적게 하면 뇌속의 BDNF농도가 감소하고 이 것이 유전적으로 취약한 분열병환자의 예후를 나쁘게 하지 않는가. 또한 낮아진 BDNF로 인하여 정신분열병환자에서 당뇨병이 잘 생기지 않는가 하는 가설이 가능합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가설로 끝나는 부분이며, 향후 체계적인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현재 많은 정신분열병 환자가 복용중인 비정형항정신병 약물들은 기전은 정확히 모르지만, 이 BDNF라는 물질의 농도를 높인다고 합니다.
결론
- 정신분열병 환자에서 비만, 당뇨병, 관상동맥 심질환(허혈성 심질환, 심근경색 등)의 위험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사에 주의하고, 충분한 운동이 필요합니다. 약물치료에 상관없이 정신분열병 그 자체만으로도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더 높아지기 때문에 정신분열병 환자의 초발시에도 이제는 약물치료와 함께 즉각적인 식이조절과 운동요법을 같이 실시해야합니다.
- 포화지방산이 함유된 음식,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피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정신분열병의 증상을 줄이고 예후를 좋게하는데 도움이 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나쁜 예후를 가집니다.
- 정신분열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오메가3 지방산에 대한 연구는 5개가 있는데, 그 중 3개는 의미있는 호전을 보였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한 연구는 클로자핀을 복용하고 있는 군에서만 의미있는 효과를 보였다고 하며, 나머지 한 연구에서는 특별한 효과가 없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 아직까지는 이런 연구들이 체계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현재까지는 이러한 식습관교정과 운동으로 인하여 분열병이 호전되었다는 보고는 많이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적어도 해가 되지 않는다면 한번 꼭 시도해봐야 하지 않을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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