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중과 가짜중
임제선사가,
길을 떠나게 되었다.
스승 황벽선사와 대우선사의 지극한 배려탓에 매일 30방씩 사흘동안 90방의 몽둥이를 맞은 결과 대오한후..스승 황벽선사의 지근거리에서 스승을 보좌하기를 십여년...이제는 스승의 곁을 떠나 본격적으로 중생제도의 삶을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길을 떠나는 제자를 위하여 스승은 아끼든 선판을 가져가기를 권했다.
혹여 만리 먼곳에서 제자가 겪을지도 모르는 곤란을 염려해서였다.
제자가 이르른 그곳에서 ..으례히 있을지도 모르는 그곳 토박이 중들의 행패 때문이었다.
스승이 보기에 그곳의 토박이 중놈들은 ..당연히 이 새로온 젊은 선승을 하찮게 보며 온갖 패악을 부릴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 스승 황벽선사가 늘상 사용하든 선판을 보여주면..아뭇소리도 없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선판은...임제선사가 황벽선사의 제자임을 증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임제선사는 스승의 이 호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당장 불을 가져와서 이 선판을 불살라 버리라고 호통을 친다.
이렇게 길을 떠난 임제선사는 길을 북쪽땅 하북으로 잡는다.
북쪽의 변방은 한창 어지러운 곳이어서 ...선사의 덕화가 더욱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당시의 그곳은 지방 호족과 군벌...그리고 외족의 침입으로 하루도 편할날이 없었다.
그 곳...호타강 기슭의 임제에 이르러 임제원을 세우기 위하여 가는 도중에...선사는 곳곳에서 수많은 중들을 만난다.
모두들 적게는 수십명..많게는 수백명의 권속들을 거느리고...한가닥 하는 중들이었다.
이들가운데는 입만열만 불경을 읊는 자도...교학에 밝은자도..선의 흉내를 내는자도...염불로 일관하는 자도 있었다.
그러나..이들은 모두들..임제선사의 우렁찬 한소리 할에....쥐구멍을 찾기 바빳다.
그동안 그들은 호랑이가 없는 곳에서 여우가 행세하듯이 하여온 것이다.
엉터리 불법을 마치 부처님 법인양 여기며 대중들을 기만하여 온 것이다.
그러한 그들은 임제선사의 서슬퍼른 혜안에 의하여 여지없이 격파되었다.
이로서...
가짜중과 진짜중이 분명히 가려진 것이다.
어리석은 대중들을 상대로 공연한 말장난을 하든 것들이 백일하에 탄로가 난 것이다.
이렇게..
임제선사는 북쪽으로 가는 도중에서...밝은 혜안으로 하나하나 흑백을 가리며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갔다.
스승의 염려를 공연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